작년 2월, 독일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던 나는 반년정도 더 독일에 머무르려던 예상과 달리 여러 사정으로 급하게 귀국을 결정했다. 동시에 1년 남은 졸업과 남들 다 한다는 취업준비의 압박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리저리 '뭘 해야 하나' 고민하며 여러 사이트를 눌러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급박한 귀국준비와 스트레스 사이에서 귀국 일주일 전 발견한 국립오페라단의 서포터즈 공고는 될거라고 상상하지 못한 채 '일단 써보자!'하고 채워 넣은 지원서였다. 나는 클래식 전공도 아니고, 하다못해 음악학을 전공하지도 않았으며 독일에 오기 전까지 오페라의 'ㅇ'자도 보지 않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독일에서 머무르는 1년간의 내 공연장 캘린더 1/3을 차지한 오페라였기에 나름 이러한 점을 적극 어필하며 지원서를 썼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오페라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솔직하게 말해보자면, 누군가 국립오페라단 오페라캐스터 활동이 아니었다면 2023년 한국에 돌아와 오페라를 봤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닐 것 같다'고 대답할 것이다. 추가학기를 하지 않기 위해 마지막 해까지 학점을 꽉꽉 채워 듣고, 장장 왕복 6시간의 통학생활을 하면서 원래의 취미이던 연극과 뮤지컬도 제대로 못봤는데 오페라를 스스로 보러 갔으리라고 쉽게 상상할 순 없다. 하지만 2024년 오페라를 보러갈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그렇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사실 이미 공개된 레퍼토리 중 몇 작품은 꼭 보러가겠다고 찜해두기도 했다. 그리고 이 대답의 사이에 서포터즈 활동이 있었다.
제10기 오페라캐스터에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고 참석한 발대식&OT에서 가장 반가웠던 것은 정기공연 리스트에 적혀있는 오페라 <맥베스>와 <라 트라비아타>의 이름이었다. 이미 본 적 있는 오페라라는 사실이 초반 머릿속으로 '사실 오페라 아무것도 모르는데' 걱정만 하던 내게 한줄기 빛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첫 정기공연이었던 맥베스는 독일에서 본지 채 반년도 안된 작품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하지만 이런 반가움이나 다행스러움도 잠시, 정기공연을 앞두고 홍보콘텐츠를 고민하고 관람후기를 어떻게 적을지 생각하는 동안 내 경험은 그저 글의 서두에 갖혀 있을 뿐이었다. 오페라 문외한인 나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캄캄할 때, 이리저리 찾아본 것보다도 가장 도움이 됐던 건, 실제로 서포터즈 활동 중에 여러 번 추천하고 글을 썼던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미리보기' 프로그램이다. 독일에서도 클래식 공연이나 오페라를 볼 때 간혹 공연장 또는 극장 로비에서 2-30분 정도 'Einführung(아인퓌어룽)' 이라는 작품소개 시간을 경험한 적이 있는데 이를 좀 더 늘리고 아리아까지 미리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미리보기'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오페라 미리보기를 함께 듣고 내가 작성한 홍보콘텐츠를 본 사람이라면 모든 내용이 여기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수도... 서포터즈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지속적으로 진행되길 바라는 1순위 프로그램으로 이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서포터즈 활동의 또 다른 수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립오페라단은 정기공연의 기획과 진행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 프로그램 또한 많이 진행중인데, 앞서 이야기한 '오페라 미리보기'도 교육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가장 대표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국립오페라단의 KNO 스튜디오이다. KNO 스튜디오는 성악전공자의 오페라 전문인력 양성 교육 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악교육프로그램과 오페라 살롱 등 대상의 구분없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아무래도 일반 관객으로서 '공연'에 집중하여 프로그램을 찾다보니 교육프로그램은 놓치기 쉬운데, 이번 서포터즈 활동을 하며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도 주의깊게 보는 기회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오페라스튜디오 전문가과정 수료공연이었던 콘서트 오페라 <돈 조반니>는 조금 다른 형태로 오페라와 차세대 오페라 주역들을 미리 만나 볼 수 있는 새로운 발견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2023년 특별한 국립오페라단의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는 개방된 청와대 공간에서 진행된 콘서트다. 5월에 진행된 오페라 갈라콘서트 '화합'과 9월 '블루하우스 콘서트', 두개의 야외콘서트는 음악과 함께하는 소풍과 같은 느낌으로 아리아와 가곡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고,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됐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갈라콘서트까지 정기공연 외에도 다양한 콘서트가 2023 국립오페라단의 레퍼토리를 채워주었다.
서포터즈 활동을 하며 새삼스레 다양한 오페라와의 만남이 가능함을 느낄 수 있었던 또 다른 통로는 코로나 시기에 시작된 온라인 상영 콘텐츠의 일환으로 2021년 시작된 국립오페라단의 온라인 영상서비스 크노마이오페라의 존재였다. 실제 공연 기간중 진행되는 생중계서비스와 주간오페라상영회와 같은 릴레이 오페라 영상회의 존재는 클래식이라고 멀게만 느끼던 오페라와의 거리감을 확 줄여주던 시간들이었다.
서포터즈활동을 통해 다양한 오페라단의 프로그램과 오페라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마주하게 됐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도 알리는 즐거움이 있었지만 아쉬움도 많았다. 내가 조금 더 여유가 있었다면, 내가 조금 더 잘 알고 있었다면, 또 내가 디자인적 능력이나 아이디어가 뛰어났다면 보다 퀄리티 있고 많은 사람들이 주목할 만한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고민들 속에서 뿌듯함과 아쉬움, 그리고 보다 새롭고 다양하게 준비된 2024년 레퍼토리에 대한 기대를 안고 나의 첫 서포터즈 활동이자 한국에서의 첫 오페라 관람을 함께한 국립오페라단 KNO 오페라 캐스터 10기의 활동을 마무리 한다.
ADIEU, 2023 KNO!
2023 정기공연 관람후기
오페라 <맥베스> 관람후기
https://www.instagram.com/p/CrpK2bFvVD0/?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관람후기
https://lea-s-pic.tistory.com/250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관람후기
https://lea-s-pic.tistory.com/261
오페라 <나부코> 관람후기 (feat. 백스테이지 투어)
https://lea-s-pic.tistory.com/266
[정기공연] 오페라 나부코_REVIEW (feat. 백스테이지 투어) (2) | 2023.1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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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 X KNSO] 2023 블루하우스 콘서트_REVIEW (0) | 2023.09.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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