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오단의 두번째 정기공연이자 한국에서 보는 두번째 오페라공연은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로 꾸며졌다. 첫번째 정기공연이었던 맥베스는 작년 겨울, 독일 브레머하펜 시극장에서 이미 본 적이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다른 분위기의 연출에 흥미롭게 지켜봤다면, 이번 일 트로바토레는 사실 전혀 모르던 작품이다. 아는 베르디의 작품이라고는 아이다와 라 트라비아타, 그리고 이미 본적이 있어서 아는 맥베스, 그리고 이름은 알지만 베르디의 작품인지는 몰랐던 리골레토와 돈 카를로 정도랄까..? 그래서인지 이미 유명한 베르디의 작품이라고 하지만 내게는 새롭고, 궁금한 작품이었다.
나는 오페라보다는 뮤지컬을, 뮤지컬보다는 연극을 많이 보는 사람이라 오페라의 대본과 음악 사이에서 떠돌아다니곤 한다. 많은 오페라를 보지는 못했지만, 지난 1년간 나름 열심히 오페라를 보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오페라의 리브레토가 좋게 말하면 이야기의 원형의 느낌, 흥미진진하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나쁘게 말하자면 오래된 이야기, 또는 막장드라마라는 것이다. 불과 올해 초 쇼트타코비치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를 봤을 때는 내용전개에 놀라 음악은 귀에 들리지도 않았던 경험도 있다. 일 트로바토레도 네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복수와 출생의 비밀, 그리고 치열한 로맨스가 존재하는 작품이다. 또한 이번 일 트로바토레의 특징은 연출가 잔카를로 델 모나코에 의한 현대적인 해석이다. 어떻게 오페라가 옛날 이야기로 머물지 않고 현대에서 생동감 있게 음악을 전달해 줄 것인가에 대한 한 가능성을 연출의 현대적인 해석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본래 일 트로바토레의 배경이 15세기 스페인의 아라곤이라면,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일 트로바토레는 미래의 디스토피아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현대적인 배경으로 시각적인 전환을 꾀했지만 동일하게 이어지는 베르디의 음악과 작 속 대립하는 두 집단의 다툼은 전 세대를 걸쳐 사라지지 않는 갈등을 상징하는 듯 느껴졌다. 만리코 집단과 루나백작의 집단이 나올 때 보여지는 무대와 의상의 다양성과 통일성의 차이도 관객을 이들의 대립 속에 더 강렬하게 몰입하게 했다.
하지만 연출도 연출이지만 오페라에서 역시 빠질 수 없는 것은 음악!
개인적으로 합창을 정말 좋아해서 베르디의 오페라에 나오는 합창곡을 참 좋아하는데 이번 일트로바토레1막 1장에서부터 페란도 사이사이 들어오는 병사들의 노래가 귀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역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집시의 합창'이 등장하는 2막이었다. 무대배경이 바뀌면서 대장간의 소리가 과연 어떻게 표현될까 궁금했는데, 파이트 링 안에서의 벨소리 같은 연출은 또 색다른 느낌을 만들어냈다.
일 트로바토레에서 가장 강렬했던 아주체나의 첫 노래, '불꽃은 타오르고' 였다. 공연을 보기 전, 열심히 검색했던 야사에 따르면 베르디가 이 오페라의 제목을 아주체나로 바꾸고 싶어했다던데 그 심정이 이해가되는 강렬함이 있었다. 연기와 어우려져 말그대로 바닥에서 부터 전해지는 노래 속 감정과 이야기가 마지막 장면의 아주체나의 외침과 함께 일 트로바토레의 강렬함을 책임지고 있다고 감히 말해보고 싶다.
새로운 시대를 배경으로, 현대적인 연출을 통한 시각적 강렬함과 베르디 음악의 아름다움을 살린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일 트로바토레는 7월 말, KNO 마이오페라에서 VOD로 공개된다. 현장에서 눈이 하나 뿐이라 놓친 장면과 음악의 섬세함을 VOD로도 다시 한 번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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