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9. 25. (수) 19:30
동화오페라 <신별주부전>
김포아트홀
동화오페라 <신별주부전>은 지난 12일 천안에서 공연 후 이번 공연은 김포아트홀에서 진행됐다. 우리나라의 별주부전을 바탕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제작된 이 동화오페라는 크게 원래 토끼가 살던 숲속과 거북이를 따라간 수궁을 배경으로 1막과 2막으로 나뉜다. 김포아트홀에서 진행된 이번 공연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는 MR로 진행됐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공연, 특히 어린이 뮤지컬을 보러 가면 ‘객석플레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배우들이 무대에서 객석으로 (또는 객석을 지나쳐 무대로) 이동하여 말을 걸거나 사진 촬영이 가능한 포토타임을 진행하는 등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공연을 관람하며 흥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객석플레이는 어린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여러 악기가 어우러지는 오케스트라와 풍부하게 무대를 채워주는 합창단, 주역 가수의 노래와 음악이 주가 되는 오페라에서 객석플레이는 쉽게 연결되는 그림은 아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지만 서곡으로 막을 여는 모습과 오페라라는 이름에 괜히 부담감을 느끼던 나의 시선도 객석플레이와 함께 조금은 가벼워졌다.
숲속 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1막과 수궁을 배경으로 하는 2막은 사뭇 다른 분위기로 구성돼 있다. 1막의 첫 번째 곡인 ‘숲속 나라’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와 달리 2막의 시작은 불안을 담은 바다 나라 친구들의 대화와 이를 반영한 어두운 분위기의 앙상블로 진행된다. 2막의 세 번째 곡 ‘바다의 노래’가 돼서야 밝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조화로운 숲속 나라와 용왕의 병환으로 인한 수궁의 분위기가 대비되다가 거북이가 토끼를 데리고 당도하자 밝아지는 것이다. 반대로 토끼가 떠난 숲속은 어두운 분위기의 곡으로 이어진다. 숲속 친구들의 걱정이 전달되듯, 거북이가 토끼를 수궁으로 데려온 진짜 이유와 함께 토끼가 꾀를 내어 숲속으로 돌아갈 방법을 강구하는 동시에 숲속 나라에서는 늑대 대장으로 인한 사건이 벌어진다. 하지만 꾀를 낸 토끼가 거북이와 함께 다시 숲속으로 돌아오며 숲속 나라와 수궁의 모두가 함께하는 합창으로 마무리되는 곡의 흐름은 함께하는 화합의 아름다움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듯하다.
오페라와 뮤지컬은 극과 음악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모호해 보인다. 흔히 오페라는 음악을, 뮤지컬은 극을 더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하지만 무엇을 더 강조했는가를 무 자르듯 나눌 수는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특히 다수의 어린이 뮤지컬을 만나볼 수 있는 요즈음, ‘왜 동화오페라가 필요한가’ 라는 질문이 이번 공연을 관람하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그 대답은 <신별주부전>의 이야기와 음악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오페라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각색된 신별주부전 속 토끼는 간을 지키기 위해 꾀를 내어 숲속 나라로 돌아온 후 거북이를 두고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숲속 나라 친구들과 다른 방법을 찾아낸다. 거북이 또한 꾀를 낸 토끼에 대한 원망 이전에 새로운 해결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다른 곳에서 온 이를 위해 함께 고민하는 모습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은 서로 다른 것들이 어떻게 아름답게 화합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동시에 서로 다른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그 위에 얹어지는 아리아와 합창은 그 자체로 극의 주제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오페라를 감상할 때 가장 선호하는 부분이 합창이라는 점에서 내게는 신별주부전이 왜 오페라여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김포아트홀에서 진행된 이번 공연은 오케스트라의 연주 대신 MR로 진행되기도 했고, 이 때문인지 마이크를 사용하며 음악적으로 위에서 말한 부분을 느끼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때로는 노랫소리에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들리지 않기도 하고 합창에서는 마이크가 있는 주역가수의 소리에 합창단의 소리가 대부분 묻혀버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간혹 끝마디에서 합창단의 소리가 들릴 때마다 아쉬움이 배가 되기도 했다. 오페라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악기의 조화와 인간 개인으로부터 출발하여 전체가 완성되는 음악 그 자체의 감동이 신별주부전의 이야기와 함께 아이들에게도 소리를 넘어 시선이 될 수 있기를 더욱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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