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측컨대, 오르간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악기는 아닐 것이다.
피아노와 비슷하게 생긴 것 같지만 제대로 본 적은 없는 악기
내가 개인적으로 오르간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기도 하다.
특히 파이프 오르간은 ‘건축한다’라는 말을 사용할 정도로 거대한 파이프의 자리를 미리 설계해야 하니, 클래식 전문 콘서트홀에서도 만나기 어렵거니와 주로 교회나 성당에 위치해 해당 종교인이 아니라면 더욱 만나기 어려운 악기이다.
인천 청라에 위치한 엘림아트센터 엘림홀에는 2단의 손건반과 발건반, 31개의 스톱으로 구성된 파이프 오르간이 지어져 있다. 올해에는 ‘라이징스타 시리즈’라는 이름의 선데이 콘서트를 통해 낯선 파이프 오르간을 클래식 콘서트 장에서 보다 가깝게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최주용 오르가니스트의 독주회는 교회에서부터 콘서트홀까지 파이프 오르간이 이동하는 과정을 보는 듯한 공연이었다.
오르간을 주로 볼 수 있는 장소가 교회임에서 알 수 있듯, 오르간 음악은 교회음악으로 만나보기 쉽다. 특히 음악 활동이 교회의 후원으로 이어지던 바로크와 고전음악 시기에 다양한 오르간 곡이 작곡되거나, 오르간 곡으로 편곡되곤 했다. 인터미션은 없었지만 구성상 1부에서는 요한 고트프리트 뮈텔(J. G. Muethel)의 판타지 F 장조,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 B 단조를 편곡한 요한 고트프리트 발터(J. G. Walther)의 오르간 협주곡과 크리스티안 하인리히 링크(C. H. Rinck)의 Heil dir im Siegerkranz 변주곡이 연주되었다.
이 세 작곡가는 바로크 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바흐와 연관이 있는 작곡가들로 교회음악이 중심을 이루던 바로크 음악의 특징과 함께 다양한 장식음 표현이나 다양한 악기 소리를 표현해내는 오르간의 특성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하나의 주제와 12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링크의 곡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오르간의 소리를 뚜렷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독일의 오르가니스트를 지나 이어진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피에르네(G. Pierne)의 트루아 피스 Op.29와 알렉상드르 길망(A. Guilmant)의 헨델의 주제에 의한 행진곡 중 ‘Lift up your heads’는 보다 익숙하게 귀를 간질인다. 낭만시대 음악인만큼 교향곡의 구성과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피에르네의 트루아 피스 중 2악장 아다지오는 1, 3악장과 대비되는 서정적인 멜로디 속에서 오르간의 미묘한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뒤이어 연주된 길망의 ‘Lift up your heads’는 헨델의 메시아에 연주되는 합창곡 중 11번째 곡을 편곡한 것으로 익숙한 멜로디에서 오는 반가움이 오르간 연주에 재미를 더해주었다. 특히 합창에서 느낄 수 있는 홀을 꽉 채우는 울림의 느낌을 한 대의 오르간으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연주였다.
이번 공연의 마지막 곡은 스웨덴 작곡가 오스카 린트베르크(O. Lindberg)의 오르간소나타 G단조 Op.23 였는데, 한창 국민악파가 성행하던 당시의 음악처럼 북유럽풍의 감성을 담은 곡이었다. 4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마지막을 장식하듯 장엄하고 웅장한 1, 4악장 사이에 섬세한 2,3악장으로 하나의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를 듣는 듯한 감상을 주기도 했다.
이번 오르간 독주회에서 이런 세세한 감상을 나눌 수 있었던 데에는 최주용 오르가니스트의 해설이 한몫했다. 보통의 클래식 공연에서 해설이 있는 경우 사회자를 두는 데 이번 독주회는 연주자가 해설까지 맡아 사뭇 분주해 보이기도 했으나, 낯선 곡들과 악기이니만큼 연주자가 전해주는 해설이 곡을 더욱 친절하게 전달해주는 기분이었다.
무대 위에 위치한 두 개의 모니터 또한 독특한 부분이었다. 건물의 일부인 파이프 오르간의 특성상 관객은 연주자의 등만을 볼 수밖에 없는데, 손건반과 발건반을 비춰주는 모니터를 통해 연주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퍼포먼스였다. 개인적으로 처음 접한 오르간 연주는 독일의 한 성당에서였는데, 오르간 연주자가 위층에 위치해 연주를 전혀 볼 수 없었던 그 때와 달리 건반을 건드리는 순간, 스웰박스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볼 수 있었던 이번 독주회는 낯설었던 오르간과의 거리를 한껏 좁혀주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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