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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일기 04

뀨뀨까까/이모저모

by Lea K 2021. 9. 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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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격리일기를 빙자한 퇴소일기.
사진은 퇴소 직전에 찍은 마지막 이너피스.

그 사이에 계속 쳇바퀴 일상중이라 일기는 과감히 생략했고.. 퇴소에 대해서 써볼까합니다.

사실 퇴소가 정말 당황스러운게 퇴소 3일 전 쯤 룸메분이 언제나가냐고 물어봤다가 들었다.. "저희 00일에 나간다는대요?" 하는데 이게 내일모레인 뭐 그런. 그리고 다음 날 퇴소키트를 받았다. 퇴소키트를 받으면 그 다음날 퇴소한다는 말이다. 퇴소할 때 입을 옷은 당일에 주고 퇴소안내문과 폐기물처리를 위한 봉투, 방에서 나오기 전 퇴소복을 입고 뒤집어쓰는(?) 비닐(?) 이 든 퇴소키트는 전날 주는 모양. 점심에 줬는지 저녁에 줬는지는 까먹었는데 저녁에 줬던거같다. 퇴소에 대해 따로 안내가 없고 안내문 따라서 그냥 준비해야한다.

퇴소복은 가지고 들어올 수 없고 무조건 택배로 받아야하는데 보통 가족들이나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차피 자가격리중이라 보내줄 수 없는 상황일 확률이 높고 따로 살 경우에는 애초에 짐이 없어서 못보내 줄 확률이 높으므로.. 들고 온 옷 버리는 김에 새 옷 장만한다고 생각합시다. 나는 한 3일째에 상,하의+속옷+신발(내가 있던 곳은 신발은 신고 온 거 소독해서 나가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난 신발도  걍 버리고 새로 샀다. 어차피 버릴 거 신고오긴했음)+양말(은 사실 다른분이 선물해줌) +들고온 전자기기를 담을 가방 을 주문해서 받았다. 근데 나만 짐이 한가득이더라고... 보따리상 어디안가죠?

무의연수원의 경우 퇴소시간이 10:30~11:30 이고 아침식사 하고 9시 활력징후까지 보내고 샤워후 퇴소복으로 갈아입고 미리받은 퇴소키트의 비닐까지 뒤집어쓰고 나와서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올라오면 된다. 가족들이나 다른 지인이 데리러오거나 콜택시를 이용하라고 추천하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하거나 할 경우 퇴소 예상시간  전에 몇시까지 콜택시를 부르라고 전화로 연락을 주신다. 퇴소안내문에 주변 콜택시 전화번호도 주셔서 전화로 예약해서 바로 타고 나왔다. 택시비 오마넌 나옴 안녕......내 오마넌.........

생활치료소에서 확진자가 사용한 생활용품은 폐기가 원칙이라 검정봉투에 다 쓸어 담는다. 이불도 담고 옷과 수건, 나같은 경우는 신발까지 싹다 넣고 왔고, 퇴소키트로 받았던 물건들도 다 집어넣고 왔다. 나는 퇴소안내문까지 다 넣고왔는데 걔네는 들고오는건가...? 잘 모르겠다. 따로 안내를 안해주기 때문에.. 나는 그냥 내가 불안(?)해서 최대한 다 버리고 전자기기만 열심히 소독제 뿌리고 닦아서 가지고 나왔다. 가지고 나오는 물품은 주로 표면소독이 가능한 전자기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나는 들고 갈 가방도 주문해서 받았기 때문에 미리 소독해서 검정봉투에 담아뒀다가 샤워할때 들어가서(변기,샤워실, 세면대와 화장대 가 다 분리돼 있어서 짐을 정리하고 풀어둘 공간이 꽤 됐다.) 받은 가방에 옮겨 담고 다시 검정봉투에 그대로 담아서 들고나왔다.

모든 걸 쓸어담은 검정 봉투.. 이불만 담아도 꽉 차던데... 그래서 처음부터 키트박스에 있던 검정봉투에 그대로 키트물품들 담아서, 나올때는 다 꽉 묶어두고 나왔다. 의자위에 있는 봉투는 들고나올 봉투.

퇴소시간이 되면 올라오라고 연락이 온다. 이전에 오는 연락이 3~40분 전에 택시 예약하라는 연락이므로 그 때 준비하면 시간이 빠듯할수도 있으니 미리 준비해두는 걸 추천합니다. 나는 연락오기 전에 씻고 비닐 뒤집어 쓰고 비닐장갑까지 끼고 나와서 마저 정리할때 장갑 한겹 더끼고 정리함. 걱정인형은 그렇답니다.. 덕분에 택시예약연랃 받고 바로 예약전화하고 마무리 정리하고 멍때리고 있었다. 지루해도... 나중에 시간안쫒기고 바로 나갈 수 있으니 더 낫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2인 1실로 룸메이트도 준비해야하므로 누구 한명은 미리미리 해야함. 연락받고 올라가서 카드키 반납하고 비닐 다 벗고 소독제 한번 싹 뿌리고 그대로 예약한 택시타고 집에가면 된다.

자유인 따란-☆


지내고 나와서 드는 생각은... 아깝다...?  말했다시피 퇴소자가 쓰는 물품은 폐기가 원칙이다. 격리키트에 컵라면과 각종 티백, 커피가루 등이 있었는데 나는 하나도 안먹어서... 나올때 너무 아까운데 다시 쓸수도 없고 눈물을 머금고 폐기봉투에 담았다. 더불어 식사도 잘나오는데 편식 심한 나는 버리는 양도 많아서 너무 아깝고... 격리 생활 하고 나서 느끼는건 어쩔수 없지만 쓰레기 너무 많이 나오고 닝비하는거 같고 그런거지. 방에 세탁기도 없는데 세탁세제도 격리키트에 포함 돼 있어서 쓰지도 않은 세탁세제도 그대로 버렸다. 일회용품이랑 쓰레기 때문에라도 다시 가고 싶지 않아.

의료팀도, 생활팀도 질문이나 문의사항 관련해서도 워낙 편의도 봐주시고 해서 참 감사했다. 오죽하면 퇴소하느라 정리하는게 생활 중 가장 힘든 일이었다니까... 퇴소하고 오니 가족들은 아직 자가격리 중이라 저만 자유인이고... 그렇습니다 예방이 더 빡세죠..아무래도... 그러다보니 사실 더 눈치보이기도 한다. 나는 이미 끝났는데 주변은 아직도 고통받는 중이니, 아무래도 눈초리가 없어도 느껴진달까. 집순이인 나는 타의로 못나가는게 물론 스트레스이긴 하지만 격리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보다 걍 주변사람들 안부 묻는게 더 스트레스다. 가족들이 기침난다, 열나는 것 같다 한마디 들을때마다 죄책감 들고 스트레스 받아서 들어오고 첫날은 잠도 잘 못자고 가족들 재검사 받을 때 쯤에는 악몽꿔서 중간에 깼다가 다시 잠드려고 엄청 노력했음. 어쩌겠어요. 운이 나빴지 뭐... 나 스스로 이너피스 찾으면서 다스릴 수밖에요. 내가 어떻게 살았던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내 맘처럼 찾아오는 게 아니니 내 탓이오 하는 것보다 운명 탓좀 하다가 그랬더랬지 하고 넘기는게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저는 그렇습니다. 다들 자신의 방법으로 잘 이겨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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