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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여자는 울지 않는다

post/후기

by Lea K 2020. 1. 1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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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포함. 필자의 개인적 견해 500%. 

 

[2020.01.04 18:00]

연극 여자는 울지 않는다

극단 청우

20.01.03~20.01.19

예술공간 혜화

CAST. 강승민 김유민 문경태 문경희 박진호 이희순 장석환 한상우

 

시놉시스

여자의 남편이 연쇄성폭행 용의자로 몰렸다. 그리고 남편의 알리바이를 증언한 여자는 과거에 성폭행 피해자이기도 했다. 남편이 범인일까? 여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 그녀의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미친 걸까? 사회적 문제 때문일까? 여자가 뭔가 잘못 한 걸까? 여자는 결국 모든 것이 가능성으로만 남은 상황에서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완결지으려 한다.

 

1. 

 

너무나 답답하면서도 여자가 계속 살아가기를 바라게 만드는 극이었다. 보는 내내 왜 라는 생각과 피해자와 가해자의 불공평함에 울고싶기도 했다. 하지만 여자는 울지 않는다. 아니 울지 못한다. 

 

 

2. 여자는 왜 거짓말을 했는가

 

극 중 여자는 첫 진술에서 거짓말을 했다. 그녀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 여자의 어머니는 어릴 적 딸의 성폭행 피해사실을 모른 척 했다. 그들은 왜 그랬을까. 극을 보며 내내 하는 생각이다. 그들은 왜. 

 

그들은 살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여자의 어머니는 재혼을 했다. 전 남편이 어떤 사람이었던 간에 그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고 유지하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나를 위해 살아간다. 그래서 어린 아이가 커가며 그 일을 잊기를 바랬을까. 그 일을 딛고 일어나 잘 나가는 모습을 보며 외면하고 싶었을까. 현남편은 아무생각 없이 노래를 부르지만 그 노래는 여자와 여자의 어머니에게는 항상 소음으로 남아 서로 외면하고 도망치게 만들었다. 여자는 외적으로 그 일을 딛고 일어나 성공한 사람이다. 그런 '큰 일' 일 겪었지만 이겨낸 사람이다. 여자는 외적으로 그렇게 살고 있다. 피해자를 향하는 세상의 시선은 따뜻해 보이지만 날카롭다. 따뜻함을 가장해 언제든지 피해자를 할퀴어낸다. 피해자라는 탈을 벗고 '이겨낸 사람' 이라는 타이틀은 여자에게 더 이상 악의없는 공격을 받아내지 않기 위한 갑옷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여자의 남편은 여자가 그 갑옷을 만들어내며 만난 사람 중 한사람이고 한 부분이었으려나. 그래서일까 여자는 계속해서 그와의 첫만남을 떠올린다. 아니길 바래서, 이대로 버텨내기 위해서, 더 이상 기억해내고 싶지 않아서. 

 

그렇지만 그저 그대로의 기억을 받아들이고자 해서, 나 혼자 노력하는 그 불공평한 세상을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 또는 그저 연민으로 진실을 마주하고자 할때 그 어느 때보다 긴 밤을 마주하기로 한다. 그 속에서도 언젠가는 별이 다시 뜨지않을까.

 

 

3. 다 잊어

 

흔히 위로의 의미로 자주 건네는 말이다. 다 잊어. 힘든 일은 기억하지 말고 다 잊어. 하지만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우리는 잊지 못했지만 잊은 듯이 행동한다. 그러면 정말 잊혀질까봐. 어쩔때는 정말 잊히기도 한다. 기억나지 않는다. 바쁘게 현실을 마주하다 보면 지나간 일들은 쉽게 잊혀진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갑자기 떠오른다. 그리고 외면한다. 나는 그 일을 다 잊었는데 왜 떠오르는가. 재밌는건 피해자인 나는 이렇게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는데 가해자는 너무도 쉽게 정말로 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저 스쳐지나가는 과거의 파편으로 만들어 버린다. 나를 아직도 작은 바늘에 잠깐 찔린 일로 붕대를 동여매고 있는 사람처럼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더욱 잊을 수 없다. 당신이 잊어가기에 나는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나를 위해 잊고 싶다. 이중 어느 쪽을 택해야 할까.

 

나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확실한 답이 있는 거라면 그것대로 화가 나지 않겠어요?

끔찍한 진실은 이 모든 고민은 피해자만 한다는 사실이다. 가해자는 고민하지 않는다. 가해자는 자신이 가해자라는 사실조차 지워버린다. 고민없이 잊는다. 기억하는 것도, 잊는 것도, 견뎌내는 것도, 고민하는 것도 다 피해자의 몫이다. 너무도 불공평한 세상이 아닌가.

 

4. 여자는 울지 않는다

 

나는 눈물이 정말 많은 편이다. 슬퍼도, 화가 나도, 그저 흥분했을 때도 곧잘 울곤 한다. 그 때마다 들었던 이야기들 (그만울어라, 무슨 그런일로 우냐, 왜 우냐 등등) 은 내가 그 이후로 눈물이 나도 필사적으로 울지 않기 위해 노력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이 극을 보며 나는 저들이 그냥 펑펑 울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두 여자가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는 듯이 보여서. 사람들은 울고 있는 사람을 너무나 큰 일을 당한것처럼 대하고 그런 상태이기만을 바래서 울지 못하게 만들기도, 또는 우스워 해서 울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울지 않는 모든 여자들이 어느 한 순간이라도 그 무엇에도 상관없이 울고 싶은 대로, 소리지르고 싶은 대로 울고 소리지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사소한 한가지 때문이라도 그저 울고싶은 대로, 소리치고 싶은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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